8월 공모가 5400원. 11월 초 한때 주당 1만3000원 돌파. 시가총액 5000억원 돌파.
올해 코스닥에 입성한 IT 기업 엔피의 주가 성적표다.
‘메타버스’가 업계 화두가 되면서 주도주로 분류된 엔피의 상승세가 무섭다. 증권가는 단순한 트렌드에 묻어가는 기업이 아니라 실적도 탄탄한 기업이라 호평한다. 최재호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메타버스로 회자되는 기업 가운데 엔피는 실제 수익을 꾸준히 내고 있는 기업인 만큼 관련 업계에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엔피는 코로나19 장기화에도 오히려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증가세다. 2019년 매출액 203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매출액 226억원, 영업이익 37억원으로 개선됐다. 영업이익률은 15%대에 달한다.
▶엔피 어떤 회사
▷확장현실 전문 대행사
엔피는 2006년 황명은 현 부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고객 체험 기반 브랜드 익스피리언스(BE) 중심 영상 콘텐츠 기획, 제작 업체를 표방한다. 애초 쌍방향(BTL·Below The Line) 광고 방식의 오프라인 BE 광고 콘텐츠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BTL 광고란 신문, TV 등 전통 미디어 외 디지털(온라인), 옥외 매체, 이벤트, PR, PPL, 팝업 매장 등 다양하게 고객과 소통하는 기법을 뜻한다.
엔피는 올해 8월 상장 전까지 두 차례 급성장 기회를 잡았다. 첫 계기는 2015년이다. 당시 송방호 대표(각자대표)를 CEO로 영입, 협력 업체를 삼성, 현대, 기아, 대형 게임사 등 국내외 대기업으로 확장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갤럭시 신제품을 출시했다고 하면 신제품 출시 행사부터 실감 나는 체험존까지 모두 운영 대행을 하는 식이다. 롤(LOL) 월드 챔피언십, 에쓰오일 공장 준공식 등 다양한 행사를 대행하면서 업력이 쌓인 후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괄 제작, 연출 업체로도 선정돼 이름을 국내외에 알리게 됐다. ‘오프라인상에서 실감 나는 영상을 잘 구현한다’고 업계에 소문이 나면서 2019년에는 또 한 번 회사 성장의 계기가 찾아왔다. 가상현실, 즉 메타버스 사업이 그것이다.
여러 게임 회사와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실제 인간이 버추얼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가상현실 게임에 참여하거나 강연, 콘서트를 하는 기술력이 쌓였다.
이를 눈여겨보던 게임 회사 위지윅스튜디오는 2019년 말 엔피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XR(확장현실) 서비스 회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물론 잠깐의 위기감이 돌 때도 있었다. 2020년 코로나19가 엄습하면서다. 당시 연초만 해도 엔피는 각 기업 오프라인 홍보·신제품 출시 이벤트 등이 대거 취소돼 긴장했다고. 하지만 위기는 오히려 기회인 법. 온라인상에서 실감 나는 영상을 접할 수 있는 XR, 메타버스 기술로 무장한 덕에 엔피는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연예기획사 등이 온라인 콘서트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엔피 도움을 받아 열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이후 엔피는 메타버스 전문 회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해 엔피는 네이버, 와이지엔터, 위지윅스튜디오와 함께 합작사 YN C&S를 설립, 차세대 콘텐츠 제작, XR 토털 스튜디오 개발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져 증권가에서 또 한 번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최재호 애널리스트는 “와이지엔터의 글로벌 아티스트 IP를 활용해 네이버에 송출하는 리얼타임 콘텐츠를 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엔피의 LED 월 기반 XR 스테이지는 실시간 인터렉션을 요구하는 라이브 콘서트로 확장이 용이해서 온·오프라인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형태 공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이익률 왜 높나
▷경쟁사 따라오지 못할 기술력 무장
엔피가 여타 이벤트 업체 대비 높은 이익률을 올릴 수 있는 비결은 차별화된 기술력 덕분이다.
엔피는 국내 최초, 최대 XR 상설 공간을 보유하고 다양한 정부 기관, 대기업 등의 VIP 프로젝트, 틱톡 등 글로벌 기업과 연계한 이벤트 등을 수행해왔다. 이런 업체는 국내외를 통틀어서도 많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일감이 쏠리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이후 더욱 차별화할 수 있었다. 확장현실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해주다 보니 다른 업체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희소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났다. 따라서 고객들이 제값을 치르면서 엔피를 찾는 분위기다. 특히 엔피 XR 스테이지는 연말까지 대관, 제작 스케줄이 꽉 차 있다”고 자랑했다.
더불어 신규 시장 진출에서도 의미 있는 실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메타버스’ 하면 온라인 게임에서 역할 놀이를 하는 수준에 그치기 쉽다. 엔피는 여기서 더 나아가 다수의 기업, 브랜드와 협업을 하고 있다. 교육 분야로 예를 들면 국내 최고 교육 콘텐츠 기업과 메타버스 플랫폼의 기획, 설계 단계부터 협업을 진행한 식이다.
더불어 요즘 뜨고 있는 가상 인간, 일명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가상 인간이 적극 활동하려면 실감 나는 영상을 빠른 시간 내 구현하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M&A를 통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한 것도 엔피의 강점 중 하나다.
송방호 엔피 대표는 “최근(10월) 디지털, 소셜 마케팅의 1세대 기업인 펜타브리드를 자회사로 편입, 버추얼 인플루언서 개발 기술력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양 사가 갖고 있는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커머스 산업까지 확장하는 사업 구조를 완성해나가고 있다. 엔터 회사는 물론 대형 유통 회사가 가상 인간을 앞세워 연예인에 준하는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기술 지원은 엔피가 할 수밖에 없다 보니 협업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서비스는 종전 IT 지원 서비스와는 단가 자체가 다르다. 이 또한 높은 영업이익률의 비결이다.
▶약점은 없나
▷개발자 인력난은 변수
다만 개발자 인력난이 변수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만큼, 관련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XR 사업만 해도 수행 인력 능력치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보니 인력 수급에서 애를 먹을 때가 많다. 더불어 경기가 좋을 때는 괜찮지만 나빠지려고 하면 당장 각 기업이 이벤트부터 줄이려 하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대기업이 메타버스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피 같은 온·오프라인 연계 XR 스테이지를 대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치고 들어올 수도 있다.
빠른 트렌드 변화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장성철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업계 테마가 ‘유비쿼터스’ ‘4G 시대’ 등으로 정리됐지만 지금은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수준이다. 기술 발전과 소비자 성향이 워낙 휙휙 변하는 만큼 이 시장의 변화는 어느 곳보다 빠르다. 메타버스 테마도 언제든 식을 수 있다. 따라서 3~5년을 앞서서 시대를 이끌 수 있는 기술력, 선구안이 필수 능력으로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3호 (2021.11.10~2021.11.16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