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보이는 것 그 이상의 이야기

2025.06.14

CI, 홈페이지, 슬로건

엔피를 설명하는 언어들이 새로워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리브랜딩은 단순히 외형을 정비하는 작업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시작에는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회사가 되고자 하는가?”

 

변화의 이면에는, 엔피의 방향과 철학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CI는 외형적인 디자인으로만 결정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생각과 철학으로 브랜드를 바라보는지,

그리고 그 철학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이 함께 회사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이죠."

 

수많은 시안과 오랜 논의 끝에, 엔피의 새로운 아이덴티티가 탄생했습니다.

 

브랜드를 디자인한다는 건, 

결국 무엇을 함께 믿고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번 리브랜딩을 총괄한 최지훈 대표에게, 

그 ‘이야기’의 과정을 들어보았습니다.


 


 


 

 

PERSPECTIVE 1. 수십 개의 가능성에 부딪혀보다


  

Q. CI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무엇이었나요?

 

디자인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번 CI 작업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해봤고, 더 미니멀한 디자인 방향도 끝까지 고민했죠. 하지만 단순화된 형태는 자칫 생동감이나 긴장감의 매력이 사라질 수 있어서 균형을 잡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재미있는 시도도 있었어요. 네거티브 스페이스와 포지티브 스페이스를 함께 활용해, 하나의 형태에서 두 가지 형태가 보여지는 방식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반전의 형식에만 집중되어 메시지와 디자인 사이에서 주객이 전도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브랜드 이미지와 스토리를 정확히 담아내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브랜드콘텐츠부서 김형민 디자이너, CI 디자인을 맡은 회사와 많은 논의를 나눴습니다.
함께 판단의 기준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의사결정에 중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시도의 과정이 있어야 결과물에 대한 확신도 커진다고 믿습니다.
수십 개의 가능성에 직접 부딪혀봤을 때만 얻을 수 있는 생각의 깊이에서 확신이 왔습니다. 

사용되지 않은 디자인 시안들도 지금의 CI를 만든 중요한 밑바탕이었고, 그 과정 하나하나가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Q. 새로운 슬로건’ Expanding New Perspectives’ 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엔피 비즈니스의 확장성을 보다 명확히 전달하고자 했어요. 물론 지금도 주요 팀들은 기존의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내부와 외부 모두에 분명히 전달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Expanding New Perspectives’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을 진정성 있게 표현한 메시지예요. 우리 안의 확장을 밖으로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일이 리브랜딩의 출발점이기도 했습니다.

 

 

Q.  CI심볼을 모션으로 표현한 것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나요?

 

심볼은 겉보기엔 단순한 2D 형태지만, 자세히 보면 입체적인 3D구조가 담겨 있습니다. 마치 종이를 오려 만든 구조물이나 열린 문처럼 보이기도 하죠.
이런 시각적 이중성을 정적인 이미지로만 전달하긴 아쉬워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통해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특히 슬로건인 ‘Expanding New Perspectives’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심볼의 구조가 확장되는 연출을 통해 브랜드가 지향하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했어요. 단순한 장식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 심볼을 만들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려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표현 방식이었죠. 또한 앞으로는 새롭게 설정되는 슬로건에 맞춰, 그 메시지를 반영한 심볼 모션도 함께 업데이트해 나가고자 합니다.

 





 



 

PERSPECTIVE 2. 소통의 구조를 리뉴얼하다


  

Q. 홈페이지까지 전면 개편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홈페이지 리뉴얼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홈페이지 리뉴얼은 단순히 표면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CI 리뉴얼과 맞닿아 있는 맥락 가운데의 리뉴얼이었습니다.

엔피는 기존의 B2B 기반 프로젝트 중심 사업에서 나아가, B2C 비즈니스와 자체 콘텐츠 생산까지 사업의 스펙트럼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관점’이라는 키워드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지금 우리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보여주기엔 부족했습니다. 실제로 사업의 범위와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더 명확히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슬로건을 ‘Expanding New Perspectives’로 정했고,
홈페이지 역시 확장된 정체성과 비즈니스 지향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창구가 되길 바랐어요.

 

 

Q. 홈페이지 리뉴얼 과정에서 특히 중점을 두고 고민하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홈페이지 리뉴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는 ‘소통’이었어요.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을 대내외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자 했습니다. 새로운 시도들은 업계 안에서 맥락 있게 이해되어야 하고, 앞으로 함께할 사람들에게는 철학과 방향성이 뚜렷한 회사라는 인상을 주어야 했습니다. 주주들에게는 회사의 비전과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알리는 창구가 되어야 했습니다.

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보여줄 대상이 없는 디자인은 의미가 없듯, 새로운 홈페이지도 우리가 누구에게 무엇을 말할지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정보는 직관적으로 정리하고, 조직의 문화와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iNsight’섹션을 신설해, 유연하고 감성적인 소통을 시도했습니다. 전체 구성은 단순히 ‘깔끔한 디자인’을 넘어서, 엔피의 태도와 시선이 자연스럽게 전해지도록 디자인했습니다.

 

 

Q. iNsight 섹션에 대한 기대가 크실 것 같아요.

 

첫 번째 고객인 우리 직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와 소재가 많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담당자 인터뷰, 다양한 콘텐츠 경험 후기, 사내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다루되, 그 안에 자기만의 시선과 통찰이 담긴 콘텐츠가 넘쳐 큰 호응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나오려면, 구성원들이 회사 안팎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것을 자발적으로 나누고 싶어지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우리는 그런 문화를 만들기 위한 작은 시도를 계속해 오고 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십중팔구’입니다. ‘십중팔구’는 매달 한 번, 전 직원이 모여 자유로운 주제로 발표하고 대화하는 시간인데요, 처음엔 다들 어색해하고 부담스러워했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주제를 정해 발표하는 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많은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즐기게 됐어요.

이런 활동들이 조직 안의 에너지를 쌓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그 에너지가 콘텐츠로 확장될 때, ‘iNsight’가 진짜 살아 있는 채널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PERSPECTIVE 3. 보이지 않는 질서를 짓다


  

Q. 이번 리뉴얼을 이끌며 ‘디자인’의 역할을 많이 고민하신 것 같은데요, 대표님만의 디자인 철학이 궁금합니다.

 

디자인에서 제일 중요한 건 ‘선택과 집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미니멀'이라고도 볼 수 있죠. 하지만 그건 단순히 덜어내는 게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아는 것입니다.

단순한 것은 쉬울 것 같지만 막상 많은 디자이너들은 더하는 것보다 줄이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본질만 남기는 건 감각인 것 같지만 사실 판단력과 지식에서 나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정답은 없지만 스스로 확신을 낼 수 있는 한도 안에서,  '이것은 된다, 되지 않는다', '이것은 좋다, 나쁘다.', '이것은 맞다, 틀리다.'라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비로소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를 결정하게 됩니다. 디자인에서 '기능하지 않는 형태'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너무 단호한 표현이라면 '기능하지 않는 형태는 줄일수록 좋다.' 정도로 이해해주셔도 됩니다. 모든 디자인은 주어진 한계 안에서 최상의 결과, 최적의 메시지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합니다.

미니멀함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룰’이 필요해요. 정렬 방식, 색의 사용, 스케일의 변화 등 모든 요소는 모두 구조와 맥락 속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에 리뉴얼한 엔피 홈페이지에서도 같은 룰을 적용하되, 각 섹션의 성격에 따라 구조에 살짝 변주를 줬어요. 예를 들어 내부의 다양한 관점을 담는 ’iNsight’와 프로젝트 결과를 기록하는 ‘Work’는 디자인 규칙은 같지만 표현방식에 조금씩 차이를 두었습니다. 같은 디자인 요소라도 규칙이 있어야 방향이 생기고, 결과물도 설득력을 가집니다. 

결국 디자인은 철학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저에게 그 철학은 ‘미니멀함’과 ‘명확한 룰’이에요. 
이 두 가지가 있다면, 특별한 감각이 없어도 좋은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감각’은 어떻게 길러지는 걸까요? 대표님만의 방식이 있으신가요?

 

저는 영감을 ‘일상 속 모든 곳’에서 얻는 편이에요. 다만 그 깊이가 깊어지려면, 더 많이 보고,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에 정말 공감해요. 예를 들어 인테리어 조명 하나를 보더라도, 그 브랜드나 디자이너, 배경이 되는 철학까지 알고 보면 단순히 ‘예쁘다’ 이상의 훨씬 풍부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거든요. 그게 저에겐 하나의 선순환 구조예요. 아는 것이 많으면 보는 게 재밌고, 재밌으니까 더 보게 되고, 그렇게 쌓이다 보면 더 깊이 있는 시선이 생겨요. 영화나 뮤직비디오를 볼 때도 마찬가지예요. 인물이 인상적이면 그 사람을 더 찾아보고, 감독이 궁금하면 이전 작품까지 찾아보게 되죠. 그렇게 하나하나 연결되면서 제 안에 데이터처럼 축적되는 거예요. 결국 영감이라는 건 '어디서 얻느냐'보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얼마나 깊이 있게 보고, 어떻게 흥미를 확장해 왔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일상의 관찰과 호기심이 끊임없이 연결되는 선순환의 과정 안에서 감각이 자란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름길은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야든 깊이 있게 보려면, 다방면에 걸쳐 두루 알고 있어야 한다고 봐요.

 




 
    

PERSPECTIVE 4. 철학에서 디자인으로, 디자인에서 문화로


  

Q. 디자인 철학에서 출발한 리브랜딩이 조직의 철학과도 닿아 있는 듯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엔피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기존 CI는 조형적으로 활용에 한계가 있었고, 외관을 정비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번 리브랜딩이 진짜 의미 있었던 건, 단순한 외형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과 철학을 다시 정리하고 되짚는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영진으로서 실무자들과 함께 브랜드의 방향성과 조직의 철학을 깊이 이야기할 수 있었던 시간이 인상 깊었습니다. 결과물보다 더 중요했던 건, 그걸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CI를 포함한 브랜드 디자인은 늘 고민이 따릅니다. 브랜드가 담고 있는 가치와 디자인의 완성도 사이의 균형. 정답이 없는 문제 같지만, 결국 핵심은 우리가 어떤 철학을 공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조직을 함께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있다고 생각해요. 

 

 

Q. 결국 디자인과 브랜드를 넘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리더로서 구성원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이상적인 조직은 어떤 모습인가요?

  

저는 엔피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외부에서는 ‘언제든지 영입하고 싶은 사람’, 
내부에서는 ‘존재감이 분명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조직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현재 B2B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브랜드 신뢰를 쌓아가고 있어요. 복합적인 연출 역량이 필요한 프로젝트에서 “연출은 엔피가 잘하잖아” 라는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우리가 쌓아온 경험과 신뢰를 실감합니다. 대통령 취임식이나 평창 동계올림픽처럼 국가적 행사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의 프로젝트를 경험한 연출진이 한 조직에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엔피를 업계에서 ‘믿을 수 있는 조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어떤 회사는 10만원, 어떤 회사는 1.000만원의 가치를 매기듯이, 결국 그 차이는 사람과 조직이 만들어내는 ‘무형의 가치’에서 비롯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사람이 인정받고, 더 좋은 사람들이 모이고, 결과가 좋아지고, 
그 성과가 다시 구성원에게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모든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게 결국 좋은 조직이고, 우리가 가고 싶은 길이기도 하니까요.

 




  

최지훈 대표에게서 찾은 

New Perspectives

 

1. 디자인은 ‘우리를 설명하는 언어’이다.

2. 최선의 결과물은 ‘수많은 시도’ 위에 세워진다.

3. 좋은 디자인은 ‘질서를 통한 덜어냄’의 토대에 세워진다.

4. 우리의 리브랜딩은 ‘함께 나눈 과정’에 있다.



 

  

이번 리브랜딩은 단순히 CI나 슬로건, 홈페이지를 바꾸는 수준의 작업이 아니라, 
조직의 철학과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시 질문하고, 구성원과 함께 재구성한 과정이었습니다. 
디자인이라는 외형을 통해, 조직이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를 이야기하는 이 프로젝트는,
사람과 철학, 구조와 소통, 그리고 문화로 확장되는 엔피의 여정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