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5
엔피 9층 사무실의 휴게 공간은 유난히 변화가 많습니다.
공간 활용이 비효율적이거나 사용에 조금이라도 불편을 느끼면 바로 해결해야 하는 분이 계시기 때문이죠.
동선이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작은 소품의 각도까지 고려하는 세심함이 돋보입니다.
조금 얘기를 나눠보니, 집에서도 불편하다고 느끼면 가구 위치나 각도를 바로 바꿔 보신다고 해요.
단순히 분위기 전환을 위한 인테리어와는 조금 다른 시선이죠?
“저는 늘 현재 상태보다 더 나은 형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죠.
지금 우리의 부족한 점이 무언인지를 인지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고민하는 게 결국 기업의 성장 과정이니까요.”
불편함을 해소할 더 나은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적극적인 해결사,
엔피 VUE 사업부의 박창준 이사를 만나보았습니다.
Perspective 1. 부족함이 다음 사업의 출발점이다.
Q. 엔피의 어떤 업무를 담당하시나요?
뷰(VUE) 사업 본부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뷰(VUE)는 Virtual Unlimited Experience라는 의미로 XR(확장현실)기술 기반 신규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실과 가상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형 익스피리언스 (Experience) 콘텐츠를 제작하는데요,
최근에는 올해 3월 런칭한 XR HMD 명상앱 <무아>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Q. XR기반 신사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모두가 4대 매체 중심의 광고에 집중하던 시기, BTL(Below The Line)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접점에서의 마케팅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브랜드 경험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정착되었죠. 이후에 디지털과 모바일이 일상화되니 새로운 형태의 매체가 등장했습니다. 이런 흐름을 살펴봤을 때 결국 다음 세대를 위한 또 새로운 매체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해답 중의 하나가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이었어요.
NP XR STAGE를 운영하면서 XR환경으로 제작된 콘텐츠를 시청자는 평면의 화면으로만 본다는 것이 너무 아쉽고 답답했습니다. 애써서 만든 3D 가상 공간의 리얼한 몰입감을 누구나 제대로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 HMD(Head Mounted Display)라고도 불리는 VR기기의 대중화가 예고되었고, 신사업의 방향을 잡게 되었습니다.
결국 XR 명상앱도 현재에 대한 아쉬움과 부족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결핍을 바탕으로 진화한 인류와 같이, 현재 상황이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그걸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또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거죠.
Perspective 2. ‘취향’보다 ‘필요’를 묻는 기술을 만들다.
Q. 왜 ‘명상’ 콘텐츠를 만드셨나요?
콘텐츠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팬데믹부터 경제위기, 정치 혼란까지 불안의 요소가 넘치는 시기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그 해답 중 하나가 정서 회복을 위한 ‘명상’이었고, 그렇게 무아의 기획이 시작됐죠.
특히 HMD는 기기 보급률이 낮았기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보편적으로 ‘필요한 콘텐츠’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어요.
영화나 음악처럼 취향의 호불호가 있기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방향을 잡았죠.
Q. 실제로 무아가 ‘필요한 콘텐츠’라고 느낀 적이 있나요?
엔피 직원 중 한 명이 무아를 체험해 보고 나서 “내일 또 해도 돼요?”라며 매일 찾아와 사용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 직원이 예전에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병원에서 처방 중 하나로 명상을 권유했다고 해요. 하지만 명상 센터를 다니기가 쉽지 않죠. 흔하지도 않고, 어렵게 찾는다 해도 마음먹고 직접 가기는 쉽지 않았다고 해요. 반면에 무아는 내가 편안한 공간이 바로 명상센터가 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마음의 부담을 줄여주면서 쉽게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명상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콘텐츠라고 느꼈습니다.
Q. 사람들이 무아를 어떤 콘텐츠로 받아들였으면 하나요?
현실에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아에는 ‘케렌시아’라는 개인 공간을 만드는 콘텐츠가 있어요. ‘케렌시아’가 스페인 투우 경기에서 지친 황소가 잠시 숨을 고르는 공간을 의미하는 것처럼
무아는 사람들이 잠깐의 여유를 얻고 회복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어요.
Q. 직장인들을 위한 콘텐츠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맞아요. 특히 국내 시장의 HMD 보급률을 고려했을 때 성장의 한계와 마주할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콘텐츠의 장점을 살려 오히려 기업의 EAP (Employee Assistance Program, 직원 지원 프로그램) 활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방부, 소방청, 경찰청 등 트라우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에도 필요한 콘텐츠가 될 거라 생각하고요,
일반 기업에서도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나 정신 건강 케어를 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B2B 모델도 병행하여 준비하고 있습니다.
Perspective 3. 마음을 측정하는 기술을 고민하다.
Q. 기획 단계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나요?
명상의 효과에 대한 자료가 많았는데, 과학적인 증명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획 초기부터 카이스트 명상과학연구소와 협업을 시작했고,
약 6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무아의 방향성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카이스트와 함께 사용자 개인의 상태에 따른 맞춤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2025년 하반기에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이 AI 알고리즘은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한 바이오 데이터를 통해 감정을 추론하는 모델입니다. 개인화를 위해 초기 5회 정도는 추론된 감정과 사용자가 실제로 느끼는 감정의 차이를 직접 체크하는 과정을 거치죠. 그 과정을 통해서 개개인의 특성이 반영된 기저 모델이 형성되고, 이는 감정 추론을 좀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이렇게 수집된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기반의 개인 맞춤 추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Q. 무아의 ‘다도 명상’도 카이스트와의 인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들었어요
기획 초기, '명상을 제대로 경험해 보자' 해서 팀 단체로 카이스트 집중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프로그램 과정에 찻잔, 차의 온기, 향, 촉감에 집중해 보는 다도 명상을 경험했습니다.
차를 마시는 일상적인 행동에 온전히 몰입해 보는 순간이 인상 깊었어요.
‘찻물이 입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상상하고 음미하는 과정도 명상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콘텐츠 구성에 큰 영감을 주었고, 무아의 첫 번째 타이틀 콘텐츠는 ‘다도 명상’이 되었습니다.
Q. 무아에 대한 전문가들의 피드백은 어땠나요?
처음엔 꽤 회의적인 시선도 많았습니다. 팀원들과 확신을 거듭하며 나아가야 했죠. 하지만 프로토타입을 체험해 본 후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더 깊이 참여하고 싶다’라는 의견을 주신 분들도 계시고요. 특히 카이스트 명상과학연구소의 연구진들은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도 관심을 보이셨어요. 앞으로 선보일 신규 버전은 더 긴밀한 협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Perspective 4. 눈을 뜨고 하는 명상은 어떻게 하는 걸까?
Q. 눈을 감고 하는 명상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보는 명상’은 새로운 방식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프라인 명상은 센터 등을 찾아가는 것에 첫 번째 장벽이 있고, 낯선 공간에서 몰입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모바일 명상앱도 등장했지만, 해보신 분들은 ‘내가 지금 명상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많이 드셨을 거예요. 무아는 명상이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도 쉽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시각적 요소도 정신적인 안정에 큰 효과를 주는데요, 사용자가 자신만을 위한 평온한 공간에서 시청각 스토리에 몰입하며 명상하도록 돕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차별점은 XR만의 이중적인 감각 구조입니다. 무아는 사용자가 자신의 방이나 사무실처럼 익숙한 공간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예를 들면, 앉아있던 소파 앞에 찻잔이 생겨나죠. 이후 명상에 몰입할수록 점점 현실을 벗어난 가상의 세계로 진입합니다. 현실과 가상이 전환되며 몰입 구조를 강화한 것이 무아의 중요한 정체성이죠.
Q. 무아의 시각적 요소들은 어떤 다른 점이 있나요?
명상의 동양적 요소와 XR 이라는 기술의 균형을 어떻게 융합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동양적인 색채를 유지하되 XR이 줄 수 있는 현대적이고 초현실적인 감각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무아는 처음부터 북미 중심의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했어요.
찻잔이나 정자처럼 전통적인 소재를 활용한 장면도 있지만 고래, 동굴, 우주처럼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초현실적 공간들을 함께 배치했어요. 이 두 세계를 넘나드는 구성에 매력이 있죠.
Q. 무아의 음악도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명상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것은 물론 내레이션과 호흡 리듬의 설계까지, 깊은 몰입을 이끌기 위한 기능성 음악으로 제작했습니다.
무아의 음악은 소리명상 아티스트 박설아 감독이 총괄했어요. 그중 핵심은 ‘솔페지오 주파수’입니다. 이 주파수는 고대부터 내려오는 치유의 사운드 개념에서 출발했고, 인간의 감정이나 심리에 영향을 주는 물리적 진동을 의미합니다. 무아의 각 명상 콘텐츠는 유도하고자 하는 효과에 따라 서로 다른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감정적 반응과 심리적 안정감을 유도합니다.
이런 음악 작업은 단순한 협업을 넘어 ‘소리명상’에 대한 깊은 철학을 공유하는 시간이기도 했는데요, 과학과 감성이 만난 무아의 음악은 무아가 지향하는 몰입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Perspective 5.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시장을 리드한다.
Q. XR 시장 관점에서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기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XR 디바이스의 출시 시점이 가장 큰 변수였죠. 하지만 덕분에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디바이스를 소유하지 않아도 무아를 쓸 수 있게 하는 로드 체험형 모델 등 시장 접점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고민하고 구체화하고 있는 과정입니다.
저는 결국 이 시장은 열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미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XR 디바이스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가격 조정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거든요. 초기에는 가격이나 활용 범위 같은 부분의 진입장벽이 컸지만 앞으로 다양한 브랜드들이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하면 곧 대중적인 확산의 시점이 올 거라고 봅니다.
Q. 그럼, 무아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요?
2027년까지 병원에서 처방용 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로 발전시키려 합니다. 최근 통계상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전체의 70%를 넘는다고 하는데요,
스스로 힘들다고 느낄 때 병원을 찾지 않아도 회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일상에서 지속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되는 것이 무아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현재 본격적으로 실증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외 의대 병원, 제약회사들과 임상 협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Q. XR 기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경험은 무엇인가요?
“Unlimited.” 제한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시간, 비용 등 다양한 이유로 현실에서는 하기 어려운 경험들이 많은데, XR 은 그런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Perspective 6. 다르게 해왔기에, 다르게 할 수 있었다.
Q.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결국은 재미인 것 같아요. 저는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에서 큰 동기를 얻어요. 그렇게 시작한 일이 BTL이었고, 매번 다른 클라이언트와 장르의 프로젝트를 경험하는 일이 재미있었습니다.
너무 다양한 이력이 때로는 방향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오히려 이 같은 경험의 폭이 창의적인 시도를 가능하게 했어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환경에서 일한 것이 지금까지 도전을 이어온 근원이 되었습니다.
Q. 새로운 도전을 함께하고 있는 뷰 팀원들이 궁금합니다.
우리 팀원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명상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명상 지도자부터 관련 전문가들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배워 나갔죠. 그 결과, 이제 저희 팀은 웬만한 전문가 못지 않은 깊이와 시야를 가지게 되었어요. 그 긴 여정을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함께 해줬다는 게 정말 고맙습니다.
낯설고 어려운 길에서도 에너지를 잃지 않고 함께 방법을 찾으며 계속 도전하는 팀을 만난 건, 리더로서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Q. 멋진 팀원들이 함께하는 엔피가 콘텐츠 기업으로서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새로운 사업을 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직원들에게서 시작된 아이디어들이 조직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데이터를 보면서 저 자신에게 자주 물어보게 돼요. 나는 20,30대 젊은 친구들의 감각을 잘 이해하고 있을까? 때로는 ‘왜 저게 좋지?’ 싶은 순간도 있지만 후배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제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데이터와 감각’이 있거든요.
바로 이런 점이 엔피의 강점인 것 같아요.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가 굉장히 넓다는 것이요.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정해진 포맷이나 방식 없이 매번 전혀 다른 시선으로 표현하는 유연함이 있어요. 실제로 회의를 하면 아이디어가 뻗어 나가는 방식이 정말 다양합니다. ‘이건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없는 것, 그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같은 것도 다르게 보고,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힘. 그게 바로 엔피가 가진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창준 이사님에게서 찾은 New Perspectives
1. 불편을 그냥 넘기지 말자. 변화는 늘 작은 감지에서 시작된다.
2. 의심하되 시도하고, 시도를 끝까지 증명하는 과정이 쌓이면 결과가 된다.
3. 정해진 정답은 없다. 서로의 관점이 섞을 때, 다른 무엇이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