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6
백승업 대표가 현장에서 쌓아온 감각과 기준은 연출을 넘어 경영의 토대가 됐습니다.
대표가 된 후에는 생존, 성장, 조직의 의미와 같은 더 큰 질문과 마주했습니다.
두 번째 파트는 대표로서의 무게와 기준, 그리고 조직을 위한 선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Perspective 3. 변곡점에서 길을 찾다
Q. 엔피가 전환점을 맞았던 시기는 언제였나요?
코로나19 팬데믹 때였던 것 같습니다.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매출도 흔들렸지만, 무엇보다 후배들과 함께 느낀 허탈감이 컸어요.
돌아보면 그 시기는 단순한 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업계는 변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경험을 소비하는 방식도 계속 달라지고 있었죠.
코로나19는 그 변화를 더 빠르고, 더 선명하게 보여줬습니다.
한곳에 모이지 않아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메시지가 너무나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코로나19를 끝이 아니라 오히려 다음 단계로 넘어가라는 신호처럼 느꼈습니다.
Q. ‘다음 단계’를 위해 어떤 시도를 하셨나요?
그 시작이 XR STAGE였습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19 때문에 만든 사업은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붙들고 있던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우리의 IP를 가질 수 있을까?”
그동안 엔피는 수많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지만, 늘 묵묵히 뒤에 서 있는 존재였습니다.
업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고민할수록 “우리 이름의 콘텐츠를 남길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죠.
후배들과 함께 느꼈던 허탈감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성취의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버추얼 스튜디오인 XR STAGE는 그 고민의 첫 답이었습니다.
예산도 장비도 넉넉하진 않았지만, 직접 세팅하고 테스트하면서 “이건 정말 우리 손으로 만든 무대다.”라고 느꼈습니다.
XR STAGE는 상장을 앞둔 엔피의 방향을 적극적으로 보여준 첫 결과물이었습니다.

Q. 이후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저에게 상장은 단순한 성취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끝까지 완주했다고 느꼈습니다.
과정도 연출과 정말 비슷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계속 생기지만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는 선택을 하고 큐 사인을 줘야 하잖아요.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요.
상장의 과정도 그랬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과제와 압박, 긴장 속에서 매일 판단하고, 버티고, 다음 장면을 만들어가야 했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고 나니 한 문장이 남았어요. “우리가 해냈다.”
Q. 상장 이후,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상장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이런 고민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브랜드 프로젝트도 기대 이상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합니다.
그와 더불어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IP를 만드는 일에도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무아(MUA), 숏드라마 같은 시도들이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들이죠. 모든 시도가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시도하지 않으면 결국 멈추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상장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챕터의 시작이었고, 계속해서 다음 비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회사의 의미도 금방 희미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Perspective 4. 대표가 된 후의 질문들
Q. 가장 크게 달라진 점과 가장 먼저 바꾼 것은 무엇인가요?
대표가 되고 나서는 머릿속에 늘 두 단어가 있습니다.
‘생존’과 ‘연속’
지금 직원들이 오늘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생존, 그리고 10년 뒤에도 함께 일할 수 있는 미래의 기반까지.
두 가지를 동시에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가 생겼습니다.
예전엔 답답한 상황에 부딪히면 “다른 걸 해도 돼!”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가지 생각뿐입니다.
회사가 반드시 잘 돼야 한다.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다. 이 생각이 모든 판단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대표로서 가장 먼저 바꾼 것도 바로 직원들의 처우와 보상 구조였어요.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정작 구성원들이 느끼는 보상과 자존감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한다고 느꼈습니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구성원들이 자존감이 조직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제가 대표가 되며 세운 첫 번째 목표였습니다.
Q.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투자에 대한 판단이요. 회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비용도, 새로운 사업도, 크고 작은 모든 프로젝트 하나하나 모두 투자와 관련한 판단이거든요.
신사업처럼 큰 결정뿐 아니라, 프로젝트 진행 시 인력 투입을 판단하는 일도 모두 투자의 일환입니다.
늘 선택과 판단의 무게를 느끼죠. 특히 회사의 이익은 금전적인 가치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경험의 이익일 수도 있고, 관계의 이익일 수도 있고, 직원들의 만족감이 하나의 성취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다양한 기준들을 고려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점. 그게 대표로서 가장 고민 많고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입니다.
Q. 어떤 대표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믿고 따라올 수 있는 대표이자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표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외부의 요청을 중심으로 일이 돌아가는 업의 특성상, 시간은 물론이고 그 외 다양한 변수에 예민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의도적으로 농담도 건네고, 대화도 많이 시도하며 직원들이 편하게 아이디어를 꺼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게 팀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엔 이런 모습이 가벼워 보일까 걱정했지만, 지금은 그게 가벼움이 아니라 편안함을 만드는 방식이라는 걸 압니다.
누군가 저에게 장난을 건다면, 그건 “이 사람과는 소통할 수 있다”는 신호니까요.
Q. 리더로서 ‘신뢰’를 얻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신뢰는 결국 일을 제대로 해내는가에서 옵니다.
성향이나 성격을 떠나서, 맡은 업무를 정확하게 해내면 자연스럽게 믿음이 생기거든요.
시간 약속, 안정적인 결과물 같은 기본을 꾸준히 지켜내면 자연스럽게 믿음이 쌓이죠.
반대로 이 기본이 반복해서 흔들리면 누구라도 신뢰를 잃습니다. 대표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족하면 도움을 구하고,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지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신뢰의 기본이자 핵심입니다.
Q.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이 일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만큼, 정작 스스로는 편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일을 할 때 가끔 ‘영혼까지 갈아 넣는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도, 남들이 보지 못한 지점까지 끝까지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빠르게 가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뛰든, 걷든, 기어가든 끊기지 않는 사람이 결국 성장합니다.
Q. 엔피가 말하는 ‘새로운 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엔피가 말하는 ‘새로운 관점’은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가진 색깔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한 가지 방식, 한 가지 목소리에 맞추는 시대가 아니죠.
저는 직원들의 결과물을 보면 금방 압니다. “아, 이 기획은 누구 스타일이구나.” “이 매뉴얼은 누가 만들었네.” 그런 순간들이 정말 좋아요.
엔피의 새로운 관점은 한 명의 관점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브랜드가 되는 구조입니다.
누구의 색을 지우는 게 아니라, 그 색을 엔피라는 틀 안에서 더 선명하게 표현하는 것.
그렇게 모인 각자의 관점이 결국 엔피라는 브랜드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이야기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백승업 대표는 변화의 순간마다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를 고민해 왔습니다.
XR STAGE, 상장, 그리고 이후의 선택들까지. 그 판단의 기준은 늘 사람, 조직, 경험의 의미였죠.
그리고 그의 생각처럼 엔피는 한 사람의 방식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관점이 모여 만들어지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엔피의 모두는 각자의 시선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되,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팀입니다. 엔피는 더 나은 경험으로 새로운 관점의 가치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