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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Zen: 쉼을 다시 생각하다

2025.12.26

Perspective1. 잘 휴식하고 있나요?

 

 

하루의 대부분을 디지털 세계 안에서 보내는 우리는, 이제 휴식의 방식마저 다시 고민하게 됐습니다.

디지털디톡스, 다들 한 번쯤 시도해보셨을 텐데요. 

끊임없는 FOMO (Fear Of Missing Out), 

타인의 삶과 나를 비교하며 쌓이는 불안과 피로를 잠재우기 위해 우리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애써 연결을 끊어봅니다.

 

 


 최근 틱톡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RawdoggingBoredom 챌린지 (로도깅 챌린지)’는 이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스마트폰은 물론 음악도, 책도, 심지어 잠도 허용하지 않은 채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극단적인 무연결의 시간’을 버텨내는 모습을 인증하는 콘텐츠죠.

도파민 과잉의 시대 한가운데에서, 지루함을 마주하며 스스로를 회복하려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휴식마저 퍼포먼스이자 트렌드가 되어버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의문이 생기죠. 우리는 정말 잘 쉬고 있는 걸까요?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는 디지털에서 벗어나려는 동시에, 디지털을 켜서 회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Chapter2. 디지털에 지친 우리를 치유하는 디지털

 

 

디지털은 여전히 피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을 끄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방향을 택한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디지털을 피하는 대신 디지털을 회복의 도구로 사용하는 선택입니다.

이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약 먹는 시간을 관리하고 스트레스 지수와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합니다. 

감정과 고민을 기록하거나 모바일 명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며 생각의 속도를 늦추기도 하죠.

이렇게 무작정 디지털을 멀리하기 보다는 디지털 안에서 덜 지치게 머무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겁니다. 

이 역설적인 현상은 ‘디지털 젠(Digital Zen)’ 이라는 이름으로 설명됩니다.

 

이 흐름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첨단 기술이 결합된 멘털케어 솔루션이 빠르게 늘었고, 디지털 멘털케어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 세계 1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Calm과 Headspace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앱들은 수면, 호흡, 스트레스 관리 기능을 중심으로 마음을 관리하는 루틴을 설계하며, 개인을 넘어 기업, 조직 단위의 멘털케어로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이제 디지털은 더 이상 무조건 줄여야 할 대상이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회복의 환경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가 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휴식과 회복의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Chapter3. 가볍지만 진지한 회복

 

 

스마트폰을 통한 멘탈케어에 익숙한 글로벌 Z세대에게 명상은 더 이상 무겁고 엄숙한 수행이 아닙니다. 

이들은 1시간짜리 요가 수업 대신, 틱톡의 1분 호흡 챌린지나 짧은 사운드 루프, ASMR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각잡고 하지 않는 명상’. 마이크로 명상의 시대입니다.

Z세대에게 명상은 깊고 무겁게 잘해야 하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이 혼란할 때 잠깐 해도 되는 것이 되었습니다. 

거창한 목표나 노력보다는, 일상의 루틴이자 습관으로 접근합니다.

 

실제로 글로벌 명상앱 사용자 분석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의 약 70%가 10분 미만의 세션을 선호하며, 

Z세대일수록 짧고 즉각적인 이완 경험을 선호하고 5분 이하 명상 콘텐츠의 이용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30분 명상을 실패하는 것보다 1분 명상을 완료하는 데서 오는 효능감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이 변화의 핵심은 태도에 있습니다. 과거의 명상이 세상을 등지고 도를 닦는 듯한 과정으로 인식되었다면, 

지금의 명상은 도파민 과부하 시대에 뇌를 잠시 ‘리부트’하는 효율적인 도구에 가깝습니다. 

 

지금 세대에게 웰니스와 명상은 가끔 하는 특별한 활동이나 일회성 소비가 아닙니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수행하는 개인의 실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기술은 이런 짧은 회복을 더 쉽고, 더 자주 가능하게 만듭니다.

 

 

 

 

 

Chapter4. 진화하는 웰니스 테크

 

 

디지털 젠의 세계는 단순한 명상 앱을 넘어 기술과 결합하여 환경 전체를 설계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TRIPP이 있습니다. 사용자를 VR 공간으로 이동시켜 명상을 하나의 콘텐츠가 아니라 머무는 환경으로 확장합니다. 

화면을 보거나 가이드를 듣는 것을 넘어 실제로 다른 공간에 들어온 듯한 감각을 통해 휴식을 설계하는 방식이죠.

 

메타 퀘스트, 갤럭시 XR, 애플 비전 프로를 활용한 VR/AR 명상은 물리적 공간을 완전히 차단해 뇌를 속임으로써 즉각적인 이완을 유도합니다. 

여기에 '공간 음향(Spatial Audio)' 기술이 더해져 몰입의 깊이를 더합니다. 

 

 

출처 : Rejoyn
 

 

또한 디지털 멘털케어는 이제 도움을 주는 앱을 넘어 치료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미국 FDA는 약물중독, 불면증, ADHD, 우울증 치료를 목적으로 한 디지털 치료제를 승인했습니다. 

약물중독 치료용 앱 reSET, 만성 불면증 치료용 Somryst, 

ADHD 치료를 위한 게임형 치료제 EndeavorOTC, 우울증 치료 앱 Rejoyn 등이 대표적입니다. 

 

디지털을 실제 의료 현장에서 치료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러한 디지털 치료제는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을 넘어, 임상적으로 증명된 알고리즘을 통해 환자의 뇌 기능이나 행동의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이렇듯 우리는 지금, 현실의 피로에서 회복하기 위해 또 다른 디지털 세계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디지털을 끄는 선택과, 디지털을 켜는 선택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대. 

쉼과 회복은 디지털의 반대말이 아니라 디지털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관점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Chapter 5.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

 

 

기술은 본래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경험으로 설계되느냐 입니다. 

같은 기술이 도파민 중독을 만들 수도, 깊은 회복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디지털 젠은 더욱 초개인화된 형태로 진화할 것입니다. 

웨어러블 기기가 수집한 심박수, 스트레스 수치 같은 생체 데이터에 반응해 주변의 조명, 사운드, 영상이 자동으로 변화하고 

맞춤형 관리를 제공하는 반응형 젠(Responsive Zen) 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제 기술은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우리가 머무는 환경과 상태 그 자체를 설계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이 기술은 얼마나 새로운가?” 가 아니라 “이 경험은 사람을 어떤 상태로 데려가는가?”

기술의 성능이나 기능보다, 기술이 만들어내는 경험의 방향이 중요해졌습니다

 

현실의 소음에서 잠시 분리된 안식처를 만드는 , 내면의 나를 마주하는 순간을 설계하는

기술은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가치있는 경험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야 합니다

우리는 오늘도 기술로 쌓아 올린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인 회복이 일어날 있는 새로운 경험의 설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